rough is enough

어렸을 적, 어머니의 유화는 동경의 대상이었다.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 속에서도 하얀 캔버스 위를 가로질러 색을 묻히는 붓놀림. 켜켜이 쌓이는 물감이 조금씩 구체적인 형태를 띄어가는 그림은 그 과정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.

흰 바탕에서 시작해 서서히 채워가는 것이 그림이라면, 나는 사진을 통해서 이 과정을 거꾸로 보여주고 싶었다. 내 앞에 가득 채워진 풍경이 흰 바탕으로 흐릿해지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그림과 나의 사진이 그 사이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.

sketch. draft. shape.

december. 2023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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